운영체제 윈도 XP의 부팅 후 첫 화면에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윈도의 제작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새로 개발한 윈도의 버전명을 new eXPerience의 약자인 XP로 정하면서 사용자들이 윈도 XP로 ‘시작’하게 될 ‘새로운’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직전 버전인 윈도 98과 윈도 ME에는 없었던 새로운 부팅 화면을 만든 것이다. 또 ‘새로운 시작’이라는 부팅 화면은 개발자 측면에서도 드디어 윈도 XP 개발에 쏟은 열정, 새로 개발한 운영체제가 첫 선을 보인다는 설렘, ‘내가 개발한 운영체제가 사용자들에게 어떤 평을 받을까?’라고 생각하며 느끼는 기대와 희망, 등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을 것이다.
윈도 XP의 예에서처럼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경험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열정, 설렘, 기대, 희망, 창조, 변화, 활기 등 새로운 시작이 전하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끝이 없다.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에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잠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새로운 시작 자체의 긍정적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궁극적으로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 단기적으로 고통을 주는 어려움마저도 새로운 시작의 과정에 있다면 장기적으로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 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렇게 삶을 ‘업’시키는 요소로 채워나가 보람차고 즐거운 삶을 위해 사람들은 스스로 많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이것이 자신만의 길을 걷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서 고생’하는 이유이자,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하며 웃는 이유이다. 사실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 스스로 호흡하는 새로운 생명이 된 때부터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마감할 때까지 수많은 새 출발, 즉 새로운 시작을 한다. 필자가 살아온 16년 동안에만 해도 처음으로 24시간 보살펴주시던 부모님 곁을 떠나 유치원에 입학해 단체 생활을 경험한 것,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학생’이 된 것, 중학생이 되어 더 많은 것을 스스로 책임지게 된 것 모두가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 때마다 많은 것을 알아 가면서 학과 지식은 물론 생활 지식도 점점 깊어졌고, 삶은 더 많은 웃음이 채워지면서 아름다워졌다.
이제 민족사관고등학교 15기 신입생들은 민족사관고등학교 생활이라는 또 하나의 여정을 시작했다. 전국의 다른 고등학교 신입생들처럼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친구들과의 기숙사 생활과 자율적인 공부 환경에 익숙해지는 여정이다. 아직은 새로운 환경에 들떠서 부족한 수면 시간에 허덕이고 별 거리낌 없이 자유로이 게임과 MSN과 웹서핑을 즐기고 있는 15기들에게, 틈틈이 주말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야 한다거나 자습시간에 컴퓨터에 빠지면 안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선생님의 특성과 난이도, 자신의 성향 등 많은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효율적인 과목 선택을 하고 ‘생활의 지혜’를 터득해 가는 과정이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3년 후에는 민족사관고등학교라는 여정을 끝마친 모든 15기들이 웃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