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벌레의 전설

Super:H 2009. 1. 29. 15:27
바람이 내게 전해준 작은 벌레의 전설을 알아
빙하의 깊은 곳에다 집을 짓고 산다고 들었지
빙하가 녹고 태양이 더뜨거워지면 깨어난다고
전설 속에

말라죽은 풀을 먹고 시커먼 하늘 위에 공기에 숨쉬고
방사능이란 생소한 옷을 입고 살아가는 무서운 벌레
세상에 살 수 없도록 우리 다 함께 그들을 막아야 해
미래를 위해


어디선가 굶어가고 어디선가 돈 때문에 전쟁을 하고
전설이 현실이 되어 우리들을 점점 위협하고 있잖아
잃어가는 생명들과 기아에 허덕이는 환경들 속에
지쳐 가네

우리는 알고있어 알면서 하지 않아
다음 세상은 생각지 않아 나는 없을테니까

-캔(Can), '벌레의 전설' 가사 中
우리를 갉아먹는 벌레는 어디에나 있다.
하란 대로 안 하고 모두를 힘들게 하는 학교나 회사 동료에서부터,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국민들은 뒷전인 아프리카의 독재자들까지.
때로는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벌레로 느껴지기도 한다.
매일 보는 사람들부터 앞으로 만날 기회조차 없을 사람들까지,
모든 인간의 잠재적 '벌레 후보' 명단에는 모든 인간이 올라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이라는 딱 한 부류의 사람은,
그 벌레 후보 명단에 없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는 것은 결국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공익을 위해 힘쓰는 것도 결국은 사익(私益)의 증진에 그 목표가 있다.
"쓰레기를 버려서 발생한 환경 오염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는 교과서도,
"환경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는 환경 단체도,
결국은 "내가 편하려면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환경을 지키자."는 이야기다.

자기 자신을 위해 모든 인간은 충돌한다.
그러나 그 충돌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챙기더라도 더 큰 무언가를 잃는다.
돈 때문에 친구끼리 싸워서 우정에 금이 가고,
종교 때문에 두 나라가 싸워서 그 나라가 쑥대밭이 된다.
이렇게 모든 충돌은 '나'에게 피해를 입힌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인간은 다시 충돌한다.
그 충돌에서 다시 생겨난 피해의 파장은 점점 커져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 나아가 내 지역, 내 나라, 온 세계를 아프게 한다.

인간은 알고 있다. 그러나 알면서 하지 않는다.
인간은 지나친 사익 추구가 공익을 침해해 다시 사익을 침해함을 알지만,
사익을 위한 싸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다.
목전(目前)의 내 이익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내가 없는 다른 곳, 다른 세상에서는 내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희망이 있다.
우리를 위해 내일을 위해 아름다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시작해 봐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두눈 속에 담겨질 우리의 미래
꿈꾸게 해주고 싶어

우리가 있는 여기에서는 전설의 꿈은 그냥 전설일 뿐야
미래의 꿈이 있다면
태양과 바다 푸르른땅 영원히 누릴 수 있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캔(Can), '벌레의 전설' 가사 中


그런데도 왜, 인간은,
사익(私益)을 추구하다 사익(死益)만 건지면서
무서운 전설을 현실화하는 벌레가 되기를 자초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