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정말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게 고품질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배우들의 노력인지 캐스팅의 영향인지 몰라도 캐릭터 이미지와 배우들이 잘 맞았고,
약간 어이없는, 어찌 보면 불순하게 비칠 수 있는 설정을 훈훈한 감동으로 풀어냈습니다.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한때 아이돌 스타로 10대 소녀 팬들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남현수(차태현). 지금은 서른 중반의 나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나가는 연예인이자, 청취율 1위의 인기 라디오 DJ. 어느 날 애청자를 자처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이 현수가 과속해서 낳은 딸이라며 바득바득 우겨대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애까지 달고 나타나서…… 집은 물론 현수의 나와바리인 방송국까지. 어디든 물불 안 가리고 쫓아다니는 스토커 정남으로 인해 완벽했던 인생에 태클 한방 제대로 걸린 현수. 설상가상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한 그에게 정남과 스캔들까지 휩싸이게 되는데… 나 이제, 이거 한방 터지면 정말 끝이다! 끝!!'중3 때 딸을 만든' 서른여섯 DJ와 '고1 때 아들을 만든' 스물둘 가수 지망생의 웃지 못할 만남으로 시작한 영화는,
보통 우리가 쓰는 스캔들의 의미와는 다른 정(情) 넘치는 과속'스캔들'을 보여줍니다.
'2집 망하고 힘들게 다시 올라온' DJ의 자리와 여섯 살 손자까지 딸린 딸과의 정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솔직하게 '피'를 선택한, 그러고도 '책임감 있는 남자'로서의 기분 좋은 또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 남현수,
'애비 없이 자라나 애비 없이 애를 키워'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대판 싸워 애써 찾은 아버지를 떠나지만
결국 다시 아버지를 선택한, 그러고도 당당하게 가수의 꿈을 키워 나가는 황정남(황제인),
그 사이에서 '사람 괜찮다'며 할아버지를 보고 싶어하는
고스톱+피아노 신동 황기동(왕석현 분)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명품 연기는,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어느 가족보다 '과속'하는 감동 가족을 만들어냈습니다.
세 명의 과속 '가족'과 함께 주변 인물들도 빛났습니다.
DJ 남현수와 함께하는 PD 외 방송국 동료들을 시작으로
영화에 감칠맛을 더하는 '개병원' 원장, 남현수와 미묘한 친분을 쌓는 귀동이 유치원 원장,
막판에 정체를 드러내며 남현수에게 얻어맞는 황제인의 고등학교 선배 등등..
모두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지만 큰 소중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과속스캔들>은 배역과 플롯, 스토리는 물론 노래까지 좋았습니다.
할아버지와 딸은 노래, 손자는 피아노에 능한 '음악 삼대'의 공연으로 새롭게 탄생한
차태현이 직접 리메이크한 윤종신의 <Because I Love You>,
박보영의 <자유시대>와 <아마도 그건> 등 명곡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음악 삼대와 드럼 치는 개병원 원장의 신나는 공연까지도..
무엇보다 차태현과 박보영의 새로운 모습에 기뻤고,
영화 속 따뜻한 과속 삼대의 모습에 감동한 영화였습니다.
덤으로 예쁜 박보영, 멋진 차태현, 귀여운 왕석현의 스크린 속 모습과 최강 연기,
머릿속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던 명곡들까지, 많은 것을 안겨 준 영화였습니다.
꼭 한 번은 봐야 할 영화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과속스캔들, 좀 합디다! (영화를 보신 분은 다 아실 명대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