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불거진 경제 위기 때문에 온 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는 이미 전세계로 퍼져 거시 경제는 물론 실물 경제까지도 흔들고 있습니다.
모두들 지금의 위기에 대해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며 걱정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삶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을 이루는 기본 요소인 경제적 능력이 없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조차 전쟁처럼 힘겹게 보내는 사람들이 전세계에 너무나 많습니다.
경제력은 인간 생활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그 소중함을 가장 느끼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해서 모든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인간 생활의 필수 요소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빈부 격차가 가장 크고 가장 뚜렷한 것도 바로 이 식생활입니다.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만 해도, 누구는 싫증난다고 엄청난 양의 '신상'을 사고 버리는데
누구는 그 싫증난다는 물건을 바라볼 수도 없는 슬픈 현실이 오늘도,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리는,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절박한 사람들이,
그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당연하게만 여기는 마음 편한 우리들의 도움만을 기다리며
1분에도 수십 명씩 소위 '빈곤병(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으로 앓아 눕고 죽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입니다.
금전적인, 실물적인 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겠지만, 그 지원도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여기서의 관심은, 단순히 전반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역에 따라, 생활 방식에 따라 다른 빈곤층 하나하나의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세계적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고 빈곤층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누가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 하나라도 정확하고 자세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려 고통받는 이들에게 세계적인 빈곤의 실태와 추세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바로 그들 자신의 실태와 추세, 그리고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빈곤층 모두를 위한 '맞춤형' 대책이 나올 수 있고,
빈곤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극복하도록 돕는 본질적인 해결이 가능합니다.
물론 빈곤율(상대적 빈곤이든, 절대적 빈곤이든)은 해가 가면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빈곤 퇴치를 위한 대책도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빈곤 그 자체는 범위와 종류가 너무나 넓고
전세계의 '억' 단위 인구에게 퍼져 있어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표면적인 성과는 드러나고 있어도, 모든 빈곤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통계적(절대적) 빈곤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거나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국제 통계에도 나타나지 않는 빈곤층만도 세계에 1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문제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내놓는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습니까?
또, 있는지도 모르는 빈곤층을 어떻게 도울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세계적으로 활발한 빈곤 퇴치 활동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자료에 없어서" 그 퇴치 활동의 손길이 닿지 않는 빈곤층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버린 채 그저 현실이려니, 하고 오늘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현실을 극복할 힘도, 의지도 잃어버린 채 암흑 속에서 괴로워할 뿐입니다.
빈곤 문제는 이론처럼, 말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빈곤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모든 비(非)빈곤층 사람들이 세계 빈곤의 다른 부분에 대해 조금씩만 관심을 갖고,
그 작은 관심들과 문제 의식이 모여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면
좀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아직도 덮여 있는 빈곤의 진실을 파헤쳐서,
그에 맞는 더 효과적이고 더 다양한 대책을 찾아내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지만 큰 관심이 뭉쳐서,
문제의 실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문제 의식이 모여서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빈곤층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지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계획적이고 단계적인 대책이 아니라,
그들의 문제에 대한 좀더 큰 관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