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제5회 민사고 우리말 토론대회, 씁쓸한 뒤끝

Super:H 2008. 7. 18. 19:30
저는 2008년 7월 16일에서 18일까지 진행되었던 제5회 민사고 우리말 토론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토론대회는 작년 제4회 대회 때보다 뭔가 실망스럽고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이 토론대회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9. 본선 대회 진행 요령
가. 토론 방식 - 4인1팀 팀 대항 토론
     (1) 형식 - 팀 편성 후 조별 팀 토론 리그전(6회)을 통해 최고 승률 4팀 선정, 결선 토너먼트 진행*
     (2) 인원 - 학교 및 시·도교육청 팀 및 개인 팀 각각 4인 1팀 편성
     (3) 개인 조 편성 - 추첨 후 팀 편성

10. 시상
 
 
학교 및
시·도교육청팀
개인 팀
단체상
우승(1팀)
우승 패,
금메달 및 상장
금메달 및 상장
준우승(1팀)
은메달 및 상장
은메달 및 상장
준준우승(2팀)
동메달 및 상장
동메달 및 상장
개인상
모범토론자(3명)
상장(동메달에 갈음함)

*개인팀의 경우 개인별로 속한 팀이 이겼을 때 5점, 졌을 때 2점, 승패와 관계없이 우수토론자로 선정되었을 경우 2점을 부여하여 선택 토너먼트전(5회)를 통해 점수 상위 16명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
(우수토론자는 경기자 8명 중 1명을 판정관이 결정하며,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임)

*본선 진출자 결정은 (1)점수 합계 (2)우수토론자 선정 횟수-소속되었던 팀의 성적 (3)생활벌점(경고) 수 (4)추첨 순의 기준으로 합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2008 제5회 우리말 토론대회 요강 및 매뉴얼 中)

개인팀으로 출전한 제 경우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자면,
7월 16일(첫째날)에 1차 추첨을 통해 편성된 팀으로 2경기를 하고,
7월 17일(둘째날)에 2차 추첨을 통해 다시 편성된 팀으로 3경기를 합니다.
이렇게 총 5경기의 성적을 합산해서 점수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작년에 저는 (부끄럽지만) 5전 5패를 기록했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 우수토론자가 되었다고 해도 하위권이니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기분 좋게) 5전 4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우수토론자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상위권이니 본선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도 3승 2패와 2승 3패+우수토론자 선정 2회까지 본선에 진출했었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토론자들도 당연히 4승 1패까지는 본선 진출을 당연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 보기 좋게 본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외에도 4승과 3승 2패+우수토론자 1회 선정 등의 토론자가 탈락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들은 몰라도 그렇지 못했던 참가자들은 결과를 분석해 보고는
정확한 기준이 뭐냐며 결과에 의문을 갖고 의아해했습니다.

제가 실망스럽다는 건 저를 본선에 진출시키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작년에 비해 본선 진출자의 기준이 명확히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5승을 거둔 토론자들은 모두 진출했습니다. (여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4승 1패, 3승 2패를 거둔 토론자는 일부 진출했습니다.
2승 3패를 거둔 토론자 중에서는 1명이 진출했습니다.
즉, 3승 2패나 2승 3패가 4승 1패보다 총점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은 경우 뿐입니다. (우수토론자 선정 0회, 4승 1패 = 22점)
    1. 우수토론자 선정 2회, 3승 2패 = 23점
    2. 우수토론자 선정 3회, 2승 3패 = 22점 → 우수토론자 선정 횟수 多
    3. 5승+우수토론자 선정 1회 이상 과 그냥 5승을 기록한 토론자가 5명 이상
    4. 1,2,3의 경우가 합쳐서 10명이 이상인 경우
  • 우수토론자 선정이 1회라도 있으면 3승 2패나 2승 3패가 4승 1패를 이기지 못합니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대회의 실질적인 진행상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개인팀 역시 경기는 '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수가 우수토론자로 2~3회 선정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소수가 우수토론자로 2~3회 이상씩 선정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그 소수가 아닌 다른 토론자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아져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적이 유리한 토론자가 본선에 진출하게 됩니다.

즉, 고의로든 실수로든 주최측에서 점수 계산을 잘못했다는 것인데,
주최측이 민족사관고등학교인 만큼 고의나 실수의 가능성은 적을 것입니다.
따라서 매뉴얼과 대회 요강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숨겨진' 기준이 존재한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좀더 공정한 대회 진행을 위해서라면, 주최측은 모든 기준을 다 밝히고 대회를 진행해야 합니다.
매뉴얼에서도 '토론의 공정한 진행'을 강조하고 있는데,
기준을 100% 명확하게 밝히지도 않고서 48명 중 16명을 추려내어
참가자들이 이렇게 결과 자체에 바로 승복하지 못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공정한 진행이 아니라 '불공정한 진행', '불명확한 진행'입니다.

어쨌든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본선 진출자가 가려졌을 테니,
100% 납득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정한' 결과라고 믿고 그대로 승복하겠습니다.
그러나, 다음 토론대회부터는, 명확히 기준이 세워지고 그 기준을 떳떳하게 밝혀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깨끗한 대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