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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엄마 vs 자녀 '사춘기 전쟁'

Super:H 2008. 7. 15. 15:34
[출처] 동아일보

빨라진 사춘기… 조숙한 자녀들 퉁명 짜증 까칠
“나 안보이면 도 닦다 승천한 것” 엄마는 고민중

“몰라. 묻지 마!”

중학생인 아들이 피곤해 보이기에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라고 물었을 뿐인데 귀찮은 듯 쏘아붙인다. “너,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라고 언성을 높이니 아예 방문을 쾅 닫고 숨어 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들의 말투가 퉁명스럽고 짜증스러워졌다. 그날 밤 자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슬쩍 훔쳐봤다. 골격도 예전 같지 않고, 키도 부쩍 자란 게 어딘지 ‘남자’ 냄새가 난다. 몸도 생각도 훌쩍 커버린 것 같아 왠지 낯설고 서운하다. 어린아이인 줄로 알았는데 아들이 어느새 사춘기를 맞았나 보다.

사춘기 자녀는 부모에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아이가 부쩍 신경질이 늘고 ‘까칠’해진다면 사춘기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해 못할 말과 행동은 늘고, 대화는 점점 준다. 막 사춘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자녀와 그 엄마들을 만났다. 자녀의 사춘기를 ‘평화롭게’ 보낼 방법은 없을까?

요즘은 사춘기는 빠르고 유별나다고 한다.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사춘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발육이 좋아 생리 등 신체변화가 일찍 나타나고, TV 드라마 등을 통해 어른 문화를 일찍 접해서 정신적으로도 조숙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녀가 많아 경험이 많은 부모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아이가 한두 명인 부모에게 자녀의 사춘기는 당혹감을 준다.

세 자녀를 둔 지현숙(41) 씨는 “요즘 아들은 사춘기가 무슨 감투인 양 ‘나 사춘기다’라고 가족에게 당당하게 선언한다”고 말했다. ‘사춘기 선언’이 끝나면? 식구들이 다들 알아서 그 아이 앞에서 언행을 조심하면서 절절 긴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도 ‘사춘기니까’라며 묵인해줘야 할 때도 있다. 오죽하면 엄마들 입에서 “나 죽으면 사리 나오겠다” 또는 “나 안 보이면 도 닦다가 승천한 줄 알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까.

지 씨의 큰아들 강민구(서울 배재고 1년) 군도 사춘기였던 중학교 2학년 때 여덟 살 배기 막내동생 명구 군에게 자주 짜증을 부렸다. 아무 말 없이 짜증을 받아주던 막내아들은 어느 날 그 이유를 묻는 엄마에게 의젓하게 대답했다.

“엄마, 형 지금 사춘기잖아.”

사춘기인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다 보니 엄마의 참견은 더 많아지고 아이와의 사이는 더 나빠진다. ‘하나뿐인 아이인데’란 생각에 사교육을 많이 시키다 보니 대화할 시간은 적고 오해는 늘어간다.

학습매니지먼트 업체인 에듀플렉스 돈암점 김영욱 코칭매니저는 “사춘기는 가치관, 인간관계, 진로 설정 등 인생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시기인데 부모들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시기로만 여긴다”면서 “집에서는 공부 말고는 관심을 받을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부모와 갈등을 빚는다”고 설명했다. 형제자매라도 많으면 서로 상담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부모에게 짜증 부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부모가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춘기 아이들이 가진 ‘이중성’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를 겪는 아이들은 어른으로 대접받고 싶은 ‘독립성’과 아직 부모의 도움을 구하고 싶은 ‘의존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자기주도학습·리더십·멘터링 교육전문업체인 TMD교육그룹의 오혜정 실장은 “사춘기 자녀에게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사춘기 자녀의 일을 대신 결정하고 준비해줘 버릇하다가 대학 수강신청까지 대신 해주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오 실장은 “사춘기 때는 마땅히 혼자 해야 할 고민과 방황을 겪도록 해줘야 대학공부나 사회생활도 자기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내심을 갖고 ‘내버려둘’ 줄 아는 부모가 오히려 현명한 부모다.

자녀의 결정에 칭찬을 최대한 많이 해줘야 한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아이가 늦은 밤 귀가하면 온 가족이 모여서 간식을 먹거나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30분∼1시간 부담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격려해 주는 것도 좋다.

자녀와 마찰이 생겼다면 깜찍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보자. 요즘 아이들은 ‘대면 대화’로는 절대로 속 깊은 얘기를 꺼내지 않지만, 문자 메시지나 e메일로는 비밀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 장승원(44) 씨는 학원에 간 아들에게 가끔 ‘학원 잘 도착했니? 힘들지만 열공!^^’이란 문자를 보낸다. 장 씨는 “혼내기도 하고 타일러보기도 했지만 아들에겐 이길 방법이 없더라”면서 “치사해도 내가 참는다는 심정으로 종종 문자를 보내봤는데 지금까지 한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며 뿌듯해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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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ro spera 생각: 이거, 딱 요즘 제 모습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공감했던 기사랍니다.
저 요즘 '몰라, 묻지 마!'를 입에 달고 살거든요.
(엄마께서 너 '몰라 묻지 마 병' 걸렸냐? 할 정도입니다. ㅋㅋ)
그래도 저희 가족은 언제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모범 가족이랍니다~
저 때문에 많이 짜증나고 힘드셨을 부모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