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경찰이 현장에서 검거했는데 '무죄'

Super:H 2008. 2. 10. 18:04
법원, 특수절도 혐의 2명 "범행 입증 안돼"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술에 취해 길에서 자고 있는 사람의 지갑을 훔쳤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경찰에게 붙잡혀 기소된 20대 남자 2명이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모(22)씨와 친구 윤모씨는 지난해 9월 새벽 서울 종로구의 길가에서 경찰 2명에게 검거됐다.

경찰들은 20m 정도 떨어져 있던 경찰차에서 이들이 술에 취해 길에서 자고 있는 사람의 지갑을 훔치는 것을 봤다면서 박씨 등을 입건했다.

박씨 등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됐고 법정에서는 무죄를 주장하는 박씨 등과 검거 경찰의 증언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안성준 판사는 박씨 등의 범행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여 회유에 의한 허위 자백 조서가 작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는 불빛이 별로 없어 어두웠던 점, 함께 범행을 목격했다는 두 경찰관의 진술이 엇갈려 박씨 등의 행위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찰관들 진술의 신빙성이 별로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윤씨가 망을 보고 박씨가 지갑을 꺼냈다고 기소됐는데 망을 봤다는 윤씨의 행위에 대해서도 경찰관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오히려 윤씨가 망을 봤다면 20m 정도 떨어진 경찰 승합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찾지 못한 것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공모 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에 비춰볼 때 윤씨가 망을 봤다는 합동절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사안이 이렇다면 둘이 함께 있으면서 한 사람이 절도 범행을 하고 다른 한사람은 아무런 실행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잔존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