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미분양 아파트 '눈물의 마케팅'

Super:H 2008. 1. 31. 16:32
[동아일보]

계약자 데려오면 거액 수수료… 아파트 도매상에 헐값 ‘땡처리’

울산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K(42) 씨는 최근 공돈 100만 원이 생겼다. 사촌동생에게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소개해 계약하게 한 대가로 분양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것.

K 씨는 “3채 이상 팔면 1채당 수수료를 더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이 아파트 판매에 적극 나설 작정이다.

주택건설업계에 고객이 다른 고객을 모셔오면 수수료를 주는 일종의 ‘다단계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면서 주택업계가 생존을 위해 도입한 방식.

수수료를 받는 대상은 일반 고객만이 아니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땡처리(미분양 아파트를 수십 채씩 싸게 사들여 되파는 방식) 전문가는 물론 부동산펀드까지 나섰다.



○ “분양받은 사람이 곧 영업직원”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A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알선 수수료’와 관련해 “500명과 계약하면 500명의 영업직원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덕분에 분양계약자가 곧 잠재적인 영업직원이 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MGM(Member Get Member)’ 마케팅으로도 불린다. 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지인(知人)을 설득해 분양받게 하는 형태가 많다. 2, 3년 전까지 고가(高價) 아파트의 실수요자를 찾는 데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가격과 상관없이 동원되고 있다.

데려온 사람이 계약을 하면 부산의 A아파트는 한 건당 500만 원이, 울산의 B아파트는 100만 원의 수수료가 지급 되고 있다.

주택 업계 관계자는 “주상복합아파트나 미분양이 많은 단지는 1채에 500만 원이, 미분양이 적은 단지는 1채에 100만 원의 수수료가 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업체들은 수수료 지급뿐 아니라 아예 입주 예정자의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지인들을 데려오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 양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양산의 홍반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분양 대행업체 직원이 있을 정도. 단지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사로 나서서 ‘살기 좋은 단지’로 소문이 나도록 관리하고 있다.

○ ‘아파트 도매상’과 펀드까지 나서

대량의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된 가격에 넘기는 ‘땡처리’ 시장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등장했다. ‘아파트 도매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파트 수십 채를 싸게 산 뒤 되파는 방식이다.

도매상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의 미분양 물량을 30% 정도 할인받아 수십 채씩 산 뒤 이익을 붙여 재(再)분양을 통해 차익을 챙긴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도매를 하는 Y(45) 씨는 “분양가의 70%에 사서 82%에 파는 게 땡처리의 일반 공식”이라며 “최근 지방 광역시의 한 아파트 단지를 놓고 분양업체와 가격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섰다.

다올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부동산펀드를 만든 뒤 아파트 100여 채를 사들여 되팔고 있다.

올해는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미분양아파트를 사들일 계획으로 금융감독원에 펀드 상품 인가 신청을 해놓고 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