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만 남은 냉동물류센터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물류센터. 7일 오전에 불이 난 뒤 8시간이 지난 뒤에도 건물 안에서 시커먼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다. 이천=연합뉴스 |
인부 57명 지하1층 설비작업중 폭발
17명 부상… 유독가스 퍼져 피해 늘어
사고 현장은 밀폐된 공간이고 화재 뒤 유독가스가 가득 차 인명 피해가 커졌다.
▽발생=7일 오전 10시 45분경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의 5호 동 건물 지하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현장에 있던 설비업체 인부와 관리자 등 57명 중 전기설비업체 직원 김준수(32) 씨 등 40명이 숨졌다.
부상자 17명은 서울 구로성심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천우환(34) 씨 등 3명은 중태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불은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냉동설비 작업을 하던 중 바닥에 깔려 있던 유증기(油蒸氣·기름이 섞인 공기)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10초 간격으로 세 번의 연쇄폭발이 있었고 건물이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관계로 불길이 지하 1층 전체로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소방차 227대, 소방대원 1025명, 경찰 2개 중대가 긴급 출동해 진화 및 구조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 보관된 화학물질에 불이 옮겨 붙어 폭발이 계속됐고 유독가스가 가득 차 소방대원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원인=불이 난 곳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우레탄을 바닥에 바르거나 벽 사이에 넣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생긴 유증기가 날아가지 않고 지하 내부에 가득 차 있다가 불이 붙으면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2000 관계자는 “오늘 작업은 냉매(프레온) 투입 작업이었고 우레탄 작업은 10일 전에 끝난 상태였다”며 “일부 우레탄 연료를 치우지 않아 지하실에 남아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이날 51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사망자의 신원 확인에 주력하는 한편 생존자를 상대로 정확한 화재 경위와 원인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작업했던 한우기업(전기업체) 유성엔지니어링(냉동업체) 아토테크(에어컨업체) 등 하청업체 관계자를 불러 안전조치 의무 소홀 및 부실공사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냉동창고의 건축허가와 소방준공검사, 사용승인이 적법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피해액은 건물 내 설비와 전소된 차량 15대 등 모두 6억 원으로 추정된다.
코리아2000은 냉동물류창고 건설 전문업체. 사고가 난 건물은 지난해 7월 착공해 11월 5일 준공했다.
한편 이천시는 8일 장전동 이천시민회관에 합동분향소를 차릴 계획이다.
이천=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사망자 명단 (8일 0시 현재)▼
△유성기업=김영호 김완수 김용민 김용해 김우익 김진봉 박경애 박영호 박용식 손동학 엄준영 윤석원 윤옥선 윤옥주 이명학 이승복 이용호(43) 이용걸 이준호 임남수(30) 장행만 정상란 조동면 최승보 외국인 2명(성명 불상)
△한우기업=강재용(66) 김준수(32) 김진수(40) 김태규(30) 우민하(38) 윤종호(32) 이종일(45) 지재헌(46) 최용춘(36) 최지영(50) 황의충(48)
△아토테크=신원준 성명 불상 1명
△청소업체=이을순(여)
이번 사고는 부실한 위험물질 관리에, 허술한 대피 시스템,
미로같이 복잡한 비상구, 너무 멀었던 소방서 위치 등
조금만 더 신경쓰면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 였다고 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