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지우개 속의 인간형

Super:H 2007. 12. 27. 22:53

지우개는 작지만 소중한 물건의 하나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무언가를 잘못 썼을 때 지워 주는 유용한 기능을 갖고 있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쓰지만 없으면 불편해서 찾게 되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보니, 그런 지우개 속에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인간형의 모습도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개성 넘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이,
지우개도 형태에 따라, 모양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누구나 자기 한 몸 던지려 하듯이,
지우개도 스스로의 몸이 닳는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자꾸만 괴롭히면 모두가 발끈하듯이,
지우개도 주인이 자꾸 자기 몸에 구멍을 뚫거나 자르거나 하면 쉽게 찢어져 버립니다.

또, 글자는 잘 지워지지만 상대적으로 금방 닳는 고무 지우개는
자신 주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의인들을 상징합니다.
잘 닳지 않아서 오래 쓰지만 두 번 세 번 지워야 깨끗하게 지워지는 플라스틱 지우개는
품위 있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나,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주관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사람을 상징합니다.
겉모양과 색깔이 특이하거나 화려하지만 실제 사용하기는 어려운 싸구려 지우개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을 치장해서 아직 덜 된 내면을 감추려는 사람을 상징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면 이 사회가 재미없듯이
지우개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야 쓰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은 지우개에 이렇게 큰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지우개를 쓸 때마다 보면서 '이 지우개는 어떤 사람과 가까울까?' 하며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주관이 뚜렷하면서 남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고무 지우개 같으면서도 플라스틱 지우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