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325

집회·시위 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이제 그만해야: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에 대한 비판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판결문 보기)은 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교통방해가 발생한 경우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미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이후에 집회 또는 시위에 합류한 참가자에게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두 논지는 모두 옳지 않다. 우선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은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이다. 이 죄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0년임을 고려할 때, 이 죄에서의 ‘불통’과 ‘방해’는 도로 또는 그에 수반..

이것저것생각 2018.01.29

아이폰 배터리게이트에 대한 애플의 책임

지난 연말연시에 논란이 된 배터리게이트에 관하여 애플은 사과문을 게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사과문은 잘못 쓴 사과문의 전형이다. 사과문에는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가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 사과문에는 후자는 있는데 전자가 없다. 소비자들이 애플에 분노하는 이유는 애플이 특정 조건에서 기존에는 없던 성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인데, 정작 이 잘못을 인정하고 이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은 이 사과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고객의 제품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Apple 제품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키거나 사용자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이번 사건에서 소비자..

이것저것생각 2018.01.29

헌법재판소 2017. 12. 28. 선고기일 방청 기념 선고사건 논평

1. 고졸학력검정고시 출신자에게 교대 지원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입시요강에 대하여는 9:0 만장일치로 위헌결정이 나왔다. 고졸학력검정고시 출신 학생들의 평등권 및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결정이며, 2인 보충의견이 “현대사회에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자유권적 성격도 함께 갖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한은 자유권 제한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해 심사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특히 의미있다. 선고 직후 청구인단과 민변 소속 대리인(변호사)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기자회견도 함께하고 왔는데, 청구인 학생들의 진학상담을 맡았던 대안학교 교사가 2018학년도 입시요강에도 여전히 같은 제한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끝나버린 입시결과는 ..

이것저것생각 2017.12.28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법적 해결책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

2017. 12. 1.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개최한 인권포럼 에서 영화 상영회가 진행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례가 생각나서 여기에도 소개한다(결정문 전문 보기). 헌법재판의 당위로서의 사회성 내지 정치성(politicalness)의 상징과도 같은 결정례이자, 2차대전 종전 후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타임라인과 주요 내용이 사건의 배경으로서 잘 설명되어 있는 결정례이니 일독을 권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문제의 가장 간명한 법적 해결책은 계약해석 일반원칙으로서의 의사주의, 그러니까 ‘모든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한다면 계약에 사용된 표시와 무관하게 계약의 내용은 그 의사에 따라 해석한다’는 원칙에 의하는 것이다. 이는 전문적인 어휘..

이것저것생각 2017.12.01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변호인의 변호권 (헌법재판소 2017. 11. 30. 선고 2016헌마503 결정)

변호인의 변호권이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의 변호인조력권애서 도출되는 헌법상 기본권임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결정이 나왔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선고 2016헌마503 결정, 결정요지 보기). 이 결정은 그에 더해 변호인의 피의자/피고인 신문과정 참여를 허용했더라도 그 참여가 실질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헌법상 권리인 변호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수사기관, 특히 검찰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헌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이 있음에도 실제로는 검사 - 심지어는 검찰수사관 - 에 의해 제한돼 온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있는 결정이다. 별개의견은 변호권은 변호사의 법률적 권리에 불과하고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로 판단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에 대하여 변호사의 변호를 받을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

이것저것생각 2017.12.01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참사, 그리고 국가의 법적 책임

헌법재판소는 2017. 6. 29. 2015헌마654 결정 (결정요지 바로가기) 에서 "세월호피해지원법 제18조는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하여 국가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먼저 손해배상금 지급의무를 부담시킨 다음, 국가에게 신청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국가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의미라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국가는 이 대위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는 소홀하고 유병언 일가에 대한 '생중계 수사'를 지시하는 데 집중했다. 그들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국가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는 것인 양 행동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이 법 시행령에서도 나타난다. 국회가 만든 법 제15조의 취지는 배상금-위로지원금-..

이것저것생각 2017.06.29

2016헌나1(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대한 단상

* 2016헌나1 결정요지 및 결정문 전문 보기 1. 어떻게 이런 사람이 대선에서 51.6%나 득표한 걸까? 또, 51.6%나 득표한 사람이 어찌 감히 이렇게 행동한 걸까? 2-1.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시 청와대가 기업들을 압박했음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두 재단에의 최초의 출연행위에 관한 한 기업들에 뇌물죄의 죄책을 묻기에는 논리적 어려움이 있다(뇌물공여의 고의 조각 가능성). 그러므로 기업들의 뇌물죄 수사 및 이미 기소된 이재용에 대한 공소유지는 (1) 두 재단 관련해서는 기업들에게 거부권이 있었다고 볼 수 있었던 청와대의 증액 요구 이후 추가출연행위 및 (2) 이재용의 정유라 말 구입 비용 지원 등과 같이 재단과 무관한 여타 자발적 지원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돼야 한다. 헌재가 기업의 재산..

이것저것생각 2017.03.20

2016헌나1 대통령(박근혜)탄핵 제3차 변론준비절차기일 방청 후기

*처음부터 끝까지 모바일로 쓰느라 오타 및 비문이 전혀 교정되지 않았으므로 읽는이 여러분들의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 - 총평 30분 걸린 것 치고는 행간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준비기일이었다. 아마 마지막 준비기일이어서 그런 것 같다. . - 오늘 나온 탄핵심판 절차상 주요사항 업데이트 1. 헌재법에 나온 대로 형사소송법상 절차(이하 형사절차)를 준용할 것이나, 형사절차를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베이스가 형사절차라는 것일 뿐,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심판 절차에 맞게 변용할 것이다. 형사소송과 탄핵심판은 별개다. 따라서 피청구인(대통령) 측이 하는 형소법상 전문증거법칙(문서상의 기록은 그 자체로는 증거가 될 수 없고 기록된 내용이 사실이라는 법정에서의 증언 또는 직..

이것저것생각 2016.12.30

'페미나치'? '남성혐오'? DJ DOC 검열? 그런 것은 없다

나치즘과 검열과 (사회적 의미의) 혐오의 공통점은 강자가 약자에게 강자의 생각을 강요하면서 행사하는 폭력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마초나치나 여성혐오나 페미니즘에 대한 검열은 있어도 '페미나치'나 '남성혐오'나 반페미니즘에 대한 검열은 존재할 수 없다. 후자는 조어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지금 우리 사회 구도와는 정반대인 사회가 있다면 전자와 후자의 존재가능성도 정반대가 되겠지만, 최소한 우리 사회 구도에서는 그러하다.약자가 강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어보라고 요구하는 외침은, 강자가 그런 외침에 귀를 막고 있거나 완전히 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과격할 수밖에 없다. 그 과격함은 약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표현의 자유, 그리고 때때로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

이것저것생각 2016.11.29

비선실세가 주인 된 권력구조에서 국민이 주인 되는 개헌까지

작금의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 또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국가권력 최상층부 구조의 문제다. 청와대에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정을 ‘스톱’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진정한 보좌진이 한 명도 없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재 참모진이 내놓고 있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이상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거나, 알아챘어도 그것을 시정하려 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만약 전자라면 무능한 것이고 후자라면 정도(正道)를 향한 의지가 없는 것인데, 둘 중 어느 쪽이든 참모진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건설적 함의를 가지려면 참모진이 대통령의 권위에 떨지 않고 진언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의사결정구조를 새로이 마련하기 위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이것저것생각 201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