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연시에 논란이 된 배터리게이트에 관하여 애플은 사과문을 게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사과문은 잘못 쓴 사과문의 전형이다. 사과문에는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가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 사과문에는 후자는 있는데 전자가 없다. 소비자들이 애플에 분노하는 이유는 애플이 특정 조건에서 기존에는 없던 성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인데, 정작 이 잘못을 인정하고 이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은 이 사과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고객의 제품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Apple 제품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키거나 사용자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이번 사건에서 소비자에 대한 ‘사과’가 아니고 따라서 사과문에 들어가기에는 부적절하다.

사실 이 사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본다. 구형 아이폰 모델이 추울 때 전원이 갑자기 꺼지는 증상이 분명히 있었고 문제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그 증상이 분명히 개선된 것은 나를 비롯한 아이폰 사용자들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이 아이폰 구입자에게 아이폰의 사용에 필요한 정당한 사후관리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는, 애플에 대한 공동소송을 준비하는 모 법무법인 설명자료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애플은 필요하고 정당한 사후관리를 하기 위해서 이 사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금 강조하건대 문제의 핵심은 애플이 특정 조건에서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 놓고 그걸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부분이다. 법적으로도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필요했고 정당한 성능 변화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소비자에게 그가 구입하고자 하거나 구입한 물품의 성능에 관한 주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과 그에 따라 소비자에게 정당한 제품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기본법 위반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필요성이나 정당성은 애플의 이 부분 법적 책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그간 애플이 보여온 ‘갑질인 듯 갑질 아닌 갑질 같은’ 행태에 불만을 가졌던 소비자들은 이번 배터리게이트에 대한 민사소송의 원고로 꼭 참여하기를 바란다(http://survey.onlinesosong.com에서 소송진행 및 참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큰 배상을 받겠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만약 미미한 배상을 받거나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소송과정에서 애플의 그러한 고압적 태도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종을 울리는 것은 법도 보장하는 소비자의 당당한 권리다. 그리고 이런 사안에서는 그것이 미래의 더 나은 소비생활을 위한 소비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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