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읽기: 2015/12/28 - 한일 위안부문제 합의, 갈등의 현실적 종결이지만 새로운 시작이어야

청와대에서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연말 아침에 긴급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전에 썼던 글에서도 밝혔듯이 이번 협상은 외교적으로는 사실상 최대한의 성과라고 보고, 이번 합의를 없던 일로 하면 24년간 이어져 온 문제가 출구 없는 같은 양상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도 맞다. 그리고 국제법상 한 번 한 합의를 아무런 사정변경 없이 합의하자마자 뒤돌아서서 파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전에 썼던 글에서 밝혔듯이 위안부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정치적으로는 끝났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과 그간 정부가 그들을 위해서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 쌓인 울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기 위한 국내정치적 노력은 이제 시작이어야 한다. 이번 합의와 그 이후의 비판적 여론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 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지만 정치인 것처럼 포장돼 있다가 그 포장이 이제 제거됐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최일선에 나서서 전사처럼 일본을 공격할 일은 없게 됐지만, 정부 대신 최일선에 나서서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민간 영역을 '지원'할 책임은 최상위 중앙행정기관 정부에 여전히 있고 앞으로는 더 커졌다.

애초에 정치의 영역일 필요도 없이 잘잘못이 분명한 일을 '정치적 고려 때문에 국내적 노력도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더 복잡하게 '정치화'한 건 정부다. 그러니 이렇게 문제 해결의 총대는 넘기더라도 결자해지는 하시라.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유언비어 운운하면서 국민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반 강요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번 협상이 어려웠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은 건 "협상 어려웠어요 이해해주세요ㅜㅜㅜ"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후속조치에 대한 의지 표명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도 위기대응 차원에서도, 지금 필요한 선언은 "우리도 위안부 문제 그 자체의 해결로서는 이번 합의가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외교적 해결은 이 선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부족한 부분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채우려고 노력하겠다. 일단 믿고 지켜봐 달라. 실망시키지 않겠다."다.

+덧: 이 정부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정부가 워딩에 참 미숙하다는 것이다. 우리말엔 '국민들의 우려' '국민들의 비판' 등 부정적 가치를 함축하지 않는 표현들이 많다. 일단 국민들의 '이견'이 곧 '유언비어'인 것은 아니므로 그런 표현은 자의적이고, 설령 유언비어가 맞다고 하더라도 아직 논란이 지속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그것을 먼저 '유언비어'라고 규정하는 건 이미 안 좋은 여론을 더 나쁘게 하면 했지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 PREV : 1 :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 : 728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