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10. 27. 02:05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10/26/0200000000AKR20181026171751004.HTML).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태 관련 첫 번째 구속자가 되었다. '낮은 확률'이라고 점쳤던 일이 실현되었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7165.html).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임 전 처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여러 가지인데, 그 중에서는 (누가 봐도 잘못인 것 맞지만)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는 부분이 꽤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사정만으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할 만큼의 소명은 되었다고 본다. 물론 최근 ‘적폐청산’ 국면에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남용’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위법관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다른 법관의 헌법상 권리인 사법부의 독립을 직접 침해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 직권남용이 아니라면 이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법리를 보면 이번 구속영장은 발부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구속영장 발부는, 특히 이 사건처럼 파장이 큰 사건에 관한 구속영장 발부는, 법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 그간 법원은 갖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법농단 관련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강제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그런 법원이 이제 와서 최고위 법관도 아닌 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이는 법원이 일보 후퇴해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도 비난은 비난대로 받는 상황을 자초하는 셈이다. 즉, 법원은 지금처럼 모두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는 임 전 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도 싶어도 발부할 수 없을 - 그리고 발부하지 않을 - 것이다.

다만, 우리 사법부가 민주헌정을 위한 소임을 다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미래 법조인으로서 마지막 단서를 하나 더 달아둔다. 만에 하나 법원이 임 전 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그것은 법원이 사법농단에 대처하는 태도를 ‘패러다임 시프트’에 비길 만큼 극적으로 바꾸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내 결론은 (1) 높은 확률로 구속영장 기각-진상규명이 난망한 현상(現狀) 지속 또는 (2) 낮은 확률로 구속영장 발부-늦었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 시작, 둘 중 하나다.

임 전 처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신문(속칭 영장실질심사)은 26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그러니 내 결론이 과연 맞을지, 맞는다면 둘 중 무엇이 맞을지는 26일 저녁 또는 27일 새벽에 결정된다. 한편 이 글을 쓰는 중에 사법농단 의혹은 한 꺼풀 더 벗겨졌다(http://m.yna.co.kr/kr/contents/?cid=AKR20181024119852004). 이 통탄할 만한 사태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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