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의 제1심 재판부는 다스는 MB 것이고, MB가 대통령 지위를 앞세워 자기 사기업을 위한 소송비용을 삼성으로 하여금 대납시켰다고 인정했다. 세간에 회자되었던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이 나온 셈이다.

그런데 제1심 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실 유죄 선고 부분이 아니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관한 공소기각 부분이다. 실무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소장일본주의의 의의와 그 위반의 효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낭독한 선고문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 바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는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기재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밖의 서류 등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였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이 재판 전에 피고인에 대해 미리 유죄의 예단을 가지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입니다. 다만 공소사실의 범위나 공모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라고 볼 수 없고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조사가 완료되어 법관이 심증을 형성하였다면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에 대해 다툴 수 없다고 봅니다.

(...)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분은 이미 증거조사가 완료된 부분과ㅡ 관련성이 희박하고 범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춰볼 때 대통령기록물의 내용은 공소사실과 무관합니다. 그리고 기록물은 별지로 이미 특정되어 있어서 특정을 위해 기재할 필요가 없음에도 공소사실 기재 중 기록물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증거능력이 다퉈질 수 있는 증거의 내용이 그대로 인용되어 증거를 첨부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가지고 있고 그 내용도 법원이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사법부 관련 내용부터 나열돼 있습니다. 그리고 법관에게 여죄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재가 있기도 합니다. 검사는 이 부분이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파기, 유출, 은닉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기재라고 주장하지만 그 분량이나 내용, 형식에 비춰볼 때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부분의 공소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돼서 공소를 기각하는 것으로 하고 다른 부분에 대한 공소장일본주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검사의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였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인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법원이 위 인용문 첫 문단 말미에 언급된 공소장일본주의의 예외적 허용요건을 폭넓게 해석하여 공소제기 자체의 유효성을 대부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제1심 재판부는 그 해석에 따르더라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분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되어 유효한 공소제기가 아니라고 보았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분은 영포빌딩 지하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청와대 작성 공용문서가 곧 공소사실이자 증거라서 이 전 대통령이 유죄 선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래서 재판부가 이 부분 공소사실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인정한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아무리 증거가 확실하고 유죄 인정이 쉬운 공소사실이더라도, 검찰이 법원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유죄를 단정하고 공소장에 공소’사실’을 넘어선 가치평가를 담는 것은 적법한 공권력행사가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국면에서, 수사와 기소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검찰이 ‘너무 나간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현 시점에서 이번 공소기각 판결이 특히 유의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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