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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미사일 발사 주기도 짧아지고 플루토늄 추출 공정 재가동 조짐도 보이는 등 최근 북한의 행동을 봐서는 일단 단기성 경고로서 제재 유지 및 강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사드 도입을 확정지으려 하는 것과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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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조치는 신냉전 시대의 시작이다. 사드를 계기로 표면화된 한미일-북중러 대립은 당분간 더 격화될 것이다. 대북 제재 수위를 둘러싼 온도차가 여전한 것을 보면 중국 및 그 우방국들의 북한에 대한 근본적 태도 변화는 없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남북통일이 곧 미국 및 그 우방국들과의 사이에 놓인 완충지대의 상실을 의미한다는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중국의 근본적 태도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하기'만' 한 대책은 협의의 가능성을 닫은 채 중국을 자극하는 것 이외의 다른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사실 중국은 우리 대사도 초치했지만 북한 대사도 초치했다. 이는 중국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와의 협조를 할 여지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호라, 기회는 이때다!" 하며 지금 사드 논의를 급진전시키면 그 여지를 한미일이 나서서 닫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북 압박의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 중국에 '협조 요청'이라고 쓰고 압박이라고 읽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때때로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중국을 자극하기만 하면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장만 한반도였지 실제로는 국제전이었던 6.25전쟁이 보여준다. 어차피 사드는 지금껏 한미가 보여온 태도를 보았을 때 언젠가 도입할 것임이 분명한데, 그 메시지를 굳이 이 시점에 이런 방식으로 직설적으로 발송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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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굵직한 도발이 최근 더 강해지고 잦아진 건 북한 내부 체제가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마침 오늘도 북한군 실력자 리영길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일은 그 내부 균열을 점점 키우되 급변사태가 날 만큼 키우지는 않는 고도의 심리전 전략이다(물론 대북 확성기도 심리전이기는 하지만 그건 북한 전역에 침투할 수는 없는 저급한 전략이다. 국정원의 고급 두뇌들을 고급 전략 개발에 제대로 이용하자). 이 측면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전혀 고급스러운 조치가 아니다. 우리 정부의 목표 실현이 중요한 것과 별개로 사드가 중국을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북한을 자극'만' 해서 더 '막 나가는' 어려운 협상 파트너로 만들 것이고 그로써 위에서 분석한 신냉전 구도의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자꾸 군사적으로 힘을 쓰니까 우리도 물리적 - 경제적 -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접근이 최근 한미일의 기본 노선으로 보이는데, 이 접근은 표면만 보고 있는 것이다. 군사-경제 병진노선은 요즘 들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 초반 이후로 쭉 있어 왔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언제나 있었던) 북한의 군사적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최근에 왜 경제적 필요를 희생하면서까지 군사행동을 '더 자주' 하는가다. 그에 대한 답은 북한이 지금 세계 어느 정부든 국내 상황이 불안하면 내부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잘 이용하는 '외환으로 내우 덮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 전략이 의미하는 북한 내부의 상황을 역이용해야지 급하게 표피만 보고서 우리 스스로 말려들면 안 된다. 단기적으로 필요한 대북 압박 조치는 개성공단 체류인원 축소 조치로 충분했다. 개성공단 전면폐쇄를 내우를 덮을 또 하나의 외환으로 규정하고 "미제 놈들과 괴뢰 패당의 책동" 운운하며 흥분하는 조선중앙TV 발표가 벌써 들리는 것 같다. 남북교류사에서 최후의 협력채널으로서 개성공단이 큰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 개성공단 폐쇄 시 당장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대한민국 기업들이라는 것, 그리고 북한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우리 국민들에 대한 피해보상 내지는 지원조치가 우리 정부의 더 중요한 헌법적 의무라는 것은 별도로 더 언급하지 않겠다. 금강산 관광의 중단 후 재개가 요원해지면서 득을 본 것은 관련 시설을 몰수한 북한이었고 피해를 본 것은 투자금을 다 날린 현대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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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파트너가 북한이 됐든 중국이 됐든 제1의 협상 기술은 퇴로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퇴로가 막히면 상대방은 통상적인 손익계산을 무력화하는 배수진을 친다. 국제정치에서 그 결과는 협상 교착이요 충돌 격화요 심할 경우 공멸인데, 어느 하나 우리나라에 좋을 것이 없다. 협상은 어찌됐든 우리가 이득을 보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궤멸"시키고 싶은데 내가 손해를 보지 않고서는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 전략은 나쁜 전략이다. 이 시점의 사드 논의와 개성공단 전면폐쇄가 바로 그렇다. 이럴 때는 적당한 회유와 섞어서 '밀당'을 하거나 내분을 유도하는 등 전략을 바꾸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감정은 때에 따라 외교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정치학과 국제정치학을 오래 공부한 사람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난하기만 하지는 않는 것은 그 맥락에서다. 일본은 괘씸하지만, 그 합의를 현실적 차선으로 인정하면서도 "관련 조치 성실 이행"이라는 전제를 근거로 일본을 비판할 수 있다.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해선 서운하고 북한은 짜증나지만, 외교정책의 기초가 서운함과 짜증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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