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향 그 자체는 비판 내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상의 자유로 보호돼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치를 옹호하는 사람에 대해서 비판할 때, '그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는 게 아니라 '그 생각은 인륜과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고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문제와는 별개로 나는 분단국가라는 현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국보법이 필요악이고,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반할 수 있는 부분을 개정해야 하지만 부분적으로 존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오남용되지 않는다는 전제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고 그 전제는 어떤 이유로도 부정돼서는 안 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통진당 사건 피고인들의 국보법 위반 유죄에는 동의하는 바다. 경선부정 사태 이후 통진당 강경파의 활동은,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선은 넘기 시작했다고 본다. 그 부분은 분명히 법적 처벌의 대상이다.

하지만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이라는 어마어마한 혐의가, 범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계획의 구체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게 할 정도의 증거만으로 유죄로 인정되었다는 것은 불편하다. 판결문을 자세히 읽어 보아야 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여러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나는 이번 판결의 내란음모 부분은 형소법상 유죄 인정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거니와 내 법적인 관념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란과 관련하여 ‘계획의 구체성’을 인정할 만한 정도가 되려면,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란 유죄 판결을 받았을 당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들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의 증거는 그에 비하면 많이 약하다.

그 점에서는 피고인들의 '정치적 지향' 그 자체가 비주류여서 일부 여론이, 그리고 1심 재판부가, 그들을 단죄한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해 씁쓸하다. 사건과 공판 관련 굵직한 기사들에 묻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수사와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석기 피고인은 그나마 현역 의원 신분이어서 대놓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는데, 다른 피고인들과 주변인물들은 인간적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대우받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다른 모든 이유와 무관하게 ‘사람이니까’ 응당 요구할 수 있고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조차 제한받았다는 것은 국가가 이번 사건 피고인들에게 판결 전부터 이미 어떤 낙인을 찍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 시점에서 국보법 위반 측면에서는 그 낙인이 정당하지만, 내란음모와 선동 부분은 지나치고 부당하다. 검찰은 1심 변론에서 이번 사건 피고인들이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종북세력이라는 ‘혐의사실’을 부각시켰지만, 혐의사실은 감정적 의심만으로 곧바로 확정된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공포와 비난은 국가가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든 유죄 인정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될 수 없다. 그 대상이 정치적 소수자에게 적용된 중대한 혐의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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