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내 교과서 훔쳐간 '착한' 인간에게

Super:H 2008. 6. 19. 17:01
사건 일시: 2008년 6월 18일 수요일 15시~2008년 6월 19일 목요일 08시 사이(추정)
사건 내용: 국어, 도덕, 사회 등 교과서 3권 도난.
사건 정황: 현재로서는 물증, 심증, 증인 아무것도 없어 파악 불가.

홍홍홍~ 시험기간에 남의 교과서 가져가니 좋소~?
아무리 공부하기 힘들어도 하필이면 국어, 도덕, 사회 - 필기 많이 하는 과목만 - 가져가오?
내가 공부 잘 하는 게 맘에 안 들었어도~ 싫으면 말로 하지 왜 그렇게 조용히 가져가오?
교과서 필요하면 달라고 하지 그랬소. 난 달라고 하면 주는데. (홍홍~ 날 몰랐나 보오~)

어쨌거나, 교과서 훔쳐간다고 내가 공부를 못 하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똑똑히 아시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교과서 pdf 파일도 제공되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금방 오오.
그리고 그 동안 필기한 거, 공책에도 똑같이 있으니 내 걱정은 마시오. 후훗.
어차피 시험 공부 기간인데 공책에 있는 거 책에 옮기기가 어렵겠소?
그러면서 공부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소.

내 교과서 세 권씩이나 훔쳐간 '착한' 인간아!
내가 조용히 있는다고 해서 당하고도 아무 말 못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선생님은 물론 학생부, 상담부 다 동원해서 당신이 누군지 찾아낼 수 있지만,
내 시험 성적이 좋을 거라는 계시로 알고 그냥 거지에게 적선한 셈 치겠소.
얼마나 절박했으면 남의 교과서까지 가져갔겠소?

공부를 하려고 가져갔는지, 내 공부를 방해하려고 가져갔는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왕 가져간 교과서 잘 활용하시오!
난 지금 교과서 다시 주문하고 이제 다른 과목 공부 시작할 것이오.
물론 국어, 도덕, 사회도 다 공부할 수 있소. 공책에 다 있으니까.
난 이번 기말고사, 내 교과서 훔쳐간 당신을 보기 좋게 눌러주기 위해서라도 100점 맞고 말 거요.
그거 보고 안타까워 하지나 마시오. 당신도 훔쳐간 교과서로 충분히 열심히 공부했을 테니.

아무튼, 내 교과서 훔쳐간 정말 착한 '당신,' 공부 열심히 하시오.
그리고 시험, 정말 아주 잘~~~~~ 보기를 바라겠소. 흥.

PS. 지금 찔리고 있다면, 아무 말 안 할테니 교과서 원래 위치로 돌려 놓으시오.
      당신이 그렇게 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안 돌려줘도 상관은 없소.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마련해 둔 대안이 얼마든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