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3

개헌을 다시 생각한다

현행 대한민국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개정된 제9차 개정헌법이다. 이 헌법은 절차적 민주주의 실현의 토대를 마련하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중요한 뿌리다. 이는 약 30년이 지난 현재 대다수 시민들이 공유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1987년 헌법은 민주화를 쟁취하고자 하는 시대적 열기에 겉만 익고 속은 설익은 불완전한 헌법이다. 민주적 절차를 마련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실질적 민주주의의 확립에 필수적인 시민들의 기본권은 폭넓게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현대국가의 가장 중요한 성격은 사회국가(social state)임에도 현행 헌법상 시민의 사회권을 다룬 조항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천명하고 국가의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

이것저것생각 2018.05.06

집회·시위 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이제 그만해야: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에 대한 비판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판결문 보기)은 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교통방해가 발생한 경우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미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이후에 집회 또는 시위에 합류한 참가자에게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두 논지는 모두 옳지 않다. 우선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은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이다. 이 죄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0년임을 고려할 때, 이 죄에서의 ‘불통’과 ‘방해’는 도로 또는 그에 수반..

이것저것생각 2018.01.29

통합진보당, 감싸줄 수 없지만 위헌정당은 아니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변론 방청기

2014. 7. 22.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2013헌다1)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사건(2013헌사409) 제11차 변론기일을 방청하고 왔다. 여러 변론 중 한 번, 그것도 증인신문이 예정돼있는 오후 부분을 제외한 오전 부분만 보고 왔는데도 최종 선고 나오려면 11월은 돼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까지는 현장에서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기사로 전해지는 분위기만 대충 보고 8-9월쯤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검토해야 할 증거만 정부 쪽 통진당 쪽 합쳐서 3천 건이 넘는다. 아래 서술하는 대로 그 증거가 다 유의미한 건 아니지만 그 많은 증거를 어쨌든 한 번 이상 살펴보기는 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종 선고까지는 시간이 좀..

이것저것생각 201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