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325

진정한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한 짧은 고찰: 올림픽 판정 논란을 바라보며

올림픽이 이틀 연속 판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페어플레이 정신과 스포츠맨십이 지켜져야 할 세계인의 '공정한' 축제 올림픽에서 이런 논란은 없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올림픽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먼저 생각하고 공정한 경쟁을 중요시한다면, 우리는 오심 내지는 석연치 않은 판정의 수혜자가 되더라도,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졌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에서 심판 덕분에 이겼다고 하더라도,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어떤 형태로든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런다고 이미 끝난 경기의 승패가 번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그게 오심으로 승리를 빼앗긴 상대방 선수와 국가에 대한 예의고 진정한 페어플레이다. 어제 조준호 선수를 이겼고 마지막엔 조 선수와 함께 동메달을 땄던 에비누마 선수는 조 선수와..

이것저것생각 2012.07.30

민주주의 발전은 국민의 민주의식으로부터: 《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를 읽고

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저자조기숙 지음출판사인간사랑 | 2012-06-30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한국 민주주의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본 책.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많이 부족하며, 시민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정치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정치학자들과 법학자들이 모여 진행한, 한국 민주주의가 당면한 문제점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물을 담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군정이 심어 놓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전후 반공 이데올로기가 결합하여 기형적, 편향적으로 출발했다. 거기에 군사정권 하의 성장중심주의와 하향식..

이것저것생각 2012.07.11

법의 바른 길, 법조인의 참된 길: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를 읽고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저자천정배 지음출판사강 | 2007-01-25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인권변호사 출신 정치가 천정배와 시민운동가 차병직의 진솔한 대화... 법은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면서 합의 하에 만든 생활 규범이다. 그래서 그 규범은 사람들의 생활을 질서 있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법이 오히려 힘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을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성문화된 규범의 형태로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법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법은 국민들의 생활 터전과 사실상 다른 세계에서 존재한다. 그 곳에서 법은 다수의 범..

이것저것생각 2012.06.29

어떤 밝음: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환한

오늘따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번 기말고사가 대학을 결정지을 마지막 시험이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껴 그 생각에 골몰하다 보니 정작 공부해야 할 책 내용엔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멘붕’에 빠져 특별한 소식도 없는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하릴없이 스크롤하고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엄마였다. 가벼운 폐렴으로 입원하신 할아버지를 간호하시느라 피곤한 와중에서도 아들 생각이 나서 전화하셨다는 엄마께, 나는 힘내시라는 한 마디를 해 드리기는커녕 오늘따라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투정만 계속 부렸다. 그런데도 엄마는 당신이 힘들다는 기색은 조금도 하지 않으신 채 밝은 목소리로 나를 격려해 주셨다. “우리 아들, 오늘 힘든 모양이구나.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좀만 더 힘내면..

이것저것생각 2012.06.24

감시를 이겨내는 또다른 감시, 자기반성

푸코에 의하면, 개인의 모든 행동은 권력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수동적인 것이다. 계보학적으로 살펴보면 권력이 개인의 생활 전반에 침투해서 우리를 감시하려 하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져 '감시의 내면화'가 이루어진 나머지 개인 스스로 권력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감시는 타인이 타인의 뜻에 따라 우리를 조종하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분명히 부정적인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감시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정 수준의 감시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에, 어느 순간 평상시와 달리 자기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해이해져 섣부르게, 또는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조여왔던 마음의 고삐를 잠시 놓친 그 순간, 우..

이것저것생각 2012.06.19

두 타자: 'The other'와 'Others'

강신주는 레비나스의 논의를 활용하여 타자는 ‘전체’가 아니라 ‘무한’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는 유한한 개념으로서 우리 자신의 세계 안에 있어 우리가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무한은 말 그대로 끝없이 퍼져나가서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와 다른’ 타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타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알 수 없는 무한 속의 존재이다. 반대로 타자를 ‘전체’로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오만한 행위이며,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타자를 우리 자신의 관념만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타자를 일컫는 두 영어 단어 ‘the other’와..

이것저것생각 2012.06.12

광고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

어릴 적 유치원에 다녀와서 엄마가 준비해주신 간식을 먹고 잠시 놀다 보면 어김없이 텔레비전 만화영화 시간이 다가왔다. 어린 마음에 만화영화는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봐야 할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그래서 그 시절, 평일 오후의 만화영화 ‘본방사수’는 내게 매우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매일 오후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까?’ 잔뜩 부푼 마음을 안고 만화 시작 오 분 전부터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때마다 나를 가장 먼저 반기던 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지우와 피카츄(당시 난 디지몬보다 포켓몬을 더 좋아했다)가 아니라 광고였다. 한 차례 광고가 끝나고 오프닝이 나간 후에 광고는 다시 이어졌다. 짧지만 여섯, 일곱 살에게는 결코 짧..

이것저것생각 2012.03.26

삶의 우발성에 대한 단상

*단상: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우발성과 우연성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우발’은 ‘우연히 일어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이에 따르면 삶의 우발성은 삶의 우연성을 전제하고 있다. 우연, 즉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들이 발생하는 성질이 바로 우발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삶 속에서 인과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겪는다. 그래서 우발성과 우연성은 일맥상통하고, 앞으로 이 글에서도 ‘우연’을 ‘우발’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로 했다. 인간관계의 우연성 삶의 많은 부분은 우연적이다. 그 중에서도 우연성이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우리가 지금까지 맺은 인간관계다. 매일 아침 반갑게 인사하며 만나는 어드바이저 선생님부터 많은 수업을 함께 ..

이것저것생각 2012.03.12

진정한 <퍼펙트 게임>은 야구장 밖에 있다

퍼펙트 게임 감독 박희곤 (2011 / 한국) 출연 조승우,양동근 상세보기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9구 11피안타 8탈삼진(고 최동원)과 232구 10피안타 10탈삼진(선동열)의 역투를 펼친 당대 최고의 투수들, 그리고 그들의 15이닝 완투와 2-2 무승부. 한 치의 양보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두 선수의 땀과 열정에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두 선수의 아름다운 모습도,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잠시 무력화시킨 스포츠맨십의 힘도 아니다. 바로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각하'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3S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를 출범시켜 어두운 진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우롱했다. 그는 해태와 롯데의 라이벌 구도를 포함한 ..

이것저것생각 2012.03.11

항상 옳은 생각은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우리는 늘 우리 주변의 여러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으며, 그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각자의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린 후거기에 따라 말하거나 행동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는 탓에 그것을 미처 자각하거나 인식하지도 못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침에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 ‘저 알람을 끄고 조금만 더 잘까, 아니면 그냥 지금 일어날까?’ 하고 갈등한다. 자습 시간에는 ‘무슨 공부를 할까? 지금 집중이 안 되는데 차라리 잠깐 쉴까?’하고 고민하며, 자습시간이 끝나면 졸린 눈을 끔벅거리며 ‘지금 잘까, 아니면 공부를 조금 더 할까?’하며 또 생각한다. 하루를 시작할 ..

이것저것생각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