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2012년에 환수하기로 했던 전시작전권 환수가 지난해 2015년으로 연기된 데 이어 그제엔 아예 무기한 연기돼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시작전권은 실제로 전쟁이 났을 때 군사작전의 질과 성공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작권을 2015년에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한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문제를 삼고 있지만 국가안보와 직접 연관된 이런 문제는 '그냥 공약이니까'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있다. 만약 우리 군이 전시작전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면, 그건 각종 비리에 물든 탓에 불량인 장비가 너무 많고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성범죄와 가혹행위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군 내 기강해이가 상당한 데서 기인하는 내부 약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내부 약점이 워낙 큰 탓에 어떤 외부 요인보다도 군의 작전수행능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과 일본 등 외부 요인은 치밀한 계획을 세워 행동하면 미리 대처할 수 있지만, 내부 구조의 문제는 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실제 과정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전작권 문제는 냉철한 현실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하면서 이번 결정을 옹호하고 있다. 그 말은 원론적으로 맞지만, 북한을 비롯한 외부 요인을 내세우기 전에 제 살 깎아먹기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군 내부'의 부끄러운 현실부터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키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그걸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부 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 및 해결방안 없이 외부 문제만을 이유로 독립국가로서 갖는 주권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자국 영토 보호권을 타국에 계속 맡겨두려고 하는 듯한 태도는 별로 합리적이지 않은 어린아이 투정 같아 보이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국방부는 '국방계획 2020' 등 각종 마스터플랜을 통해 우리나라 군의 정찰 및 작전능력이 최근 불안한 정세에 잘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하다고 누차 강조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 요즘 심심찮게 반복되는 군용장비 오작동 및 고장 사례를 보면 그 말이 사실인지부터가 의문이지만 -- 단지 외부 요인만을 이유로 한국 영토에 대한 한국의 전작권을 한국이 행사하지 않겠다는, 그것도 '무기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중-일 패권경쟁과 북한 리스크라는 위험요인은 최소한 2012년 이후에는 큰 틀에서의 변화 없이 계속되어 온 긴장상태다. 왜 그 같은 상황을 처음에는 '한국군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다가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꼬리를 내리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과거에 전작권을 2012년에 환수하겠다고 먼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계획에는 물론 이후 나온 2015년 환수 계획에도 미국은 큰 우려 표명이나 반발 없이 한국의 계획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가 1950년 한국전쟁 당시처럼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한국과 미국 양측이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더라도 외부 요인이 한국의 전작권 환수를 가로막는 결정적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미국의 한국 전작권 보유는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한미동맹의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교 문제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으므로, 안보주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작권 포기하면 매국노'라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할 만한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그리고 미국보다 더 소중한 국민과의 전작권 환수 약속을 외부 정세가 불안하다는 논리만으로 계속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이미 정부가 익히 마주했듯이 다수 국민들의 비판을 받게 하고 미국 정치권에도 '한국이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부정적 인식만을 심어 줄 뿐이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조속히 해서는 안 되는, 또는 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라. 그것이 아니라면, 미국 눈치만 보지 말고 군 내부 개혁부터 시작해서 전작권 환수를 제대로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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