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관련 국회 공전이 불완전하게나마 봉합됐다. 그러나 유가족의 거듭된 반대에서 볼 수 있듯 이 문제는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훗날 언젠가 다시 터질 뇌관을 남겼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이 전략 부재 정당이라는 사실 또한 확실하게 남겼다.

이렇게 어정쩡한 합의를 결국 받을 거였으면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유가족 반대 무릅쓰고 확실하게 받았어야 한다. 그것이 전체 국민들 보기에 할 일 안 하고 장외투쟁만 계속 한다는 나쁜 인상을 안 주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상규명을 위한 정의의 투사 이미지를 유지할 거였으면 다른 법안 처리엔 일부 동참하는 한이 있어도 세월호 문제에 관해선 여당도 양보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독자적인 여론전을 확실히 폈어야 한다. 여론에 편승할 게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직접 나서서 새누리당의 법치주의 파괴(다른 문제 다 떠나서 당장 새누리당이 낸 특검부터도 법치주의 '원칙'에 따르면 예외다)-일상 복귀(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이 산적해 있는 일상은 사실 드러나지만 않은 비상의 연속이다) 프레임의 오류를 지적하고 거기에 맞설 건설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사실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 40퍼센트 말고 나머지 60퍼센트는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문제를 계기로 믿음직한 아젠다를 내세워 밀고 나갔다면 '새정치연합 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새누리당 의견은 틀렸다'는 공감대 정도는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홍을 겪으며 명확한 노선을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고 그 결과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끌려다녔다. 그 결과는 주지하다시피 명분도 실리도 정의구현도 다 놓치고 유가족도 다른 국민도 놓치고 박영선도 문재인도 문희상도 다 깎아먹는 상처뿐인 원대복귀였다.

사고는 나기 전에 막는 게 최선이지만, 한 번 사고가 난 후에는 그 사고 자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는 것보다 일단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 세월호 사고에 출구전략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면, 그렇게 제2의 세월호를 막는 것이 바로 진정한 '위험국가 대한민국'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대통령의 사라진 일곱 시간'과 같은 문제에 천착하다 정작 이와 같은 중요한 문제제기는 힘있게 하지 못했다. 국민들이 바랐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는데, 반대로 새정치연합은 스스로를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정치자영업자들의 집합으로 보이게 하는 자충수를 둔 채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고 말았다.

P. S. 이렇게 같은 정당이라는 이름 아래 있으면서 국민 의견은 못 담아내고 그렇다고 통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라면,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언론도 다 알고 있는 각 계파별로 분당을 해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체감하고서 야권 재편의 시작점이라도 마련될 수 있으리라. 사실 새정치연합 내부를 포함하여 범야권으로 눈을 넓히면 인재는 많다. 새정치연합이라는 이름에 가려 그 인재들이 빛을 못 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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