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최근 한국 정치권에 대한 단상

Super:H 2014. 7. 14. 14:39

1. 오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의 새로운 대표가 뽑힐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김무성 의원의 대표 선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양강 중 하나인 서청원 의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에 딱히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당대표 선거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맞물려 당청관계에 변화가 조금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그것 자체는 좋은 일인데, 그게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일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김-서 양강뿐만 아니라 나머지 후보 일곱 명도 다 하나같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했고, 지금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대표로 있는 새바위(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가 하는 일이 별로 없고, 그 '변화'를 이끌 사람들은 여전히 김무성(또는 서청원)-박근혜다.

2. 어떻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람 복이 참 없다. 인사를 할 때마다 한 명 이상은 꼭 문제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카드만 버리는 쪽으로 매듭지으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가 위증이라는 뜬금포(?)를 날리는 바람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국민이 바라고 국회의원들도 형식적으로나마 요구하는 공직자상과 청와대의 공직자상이 맞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일 텐데, 그 원인으로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휘하 보좌진)의 사람 보는 눈과 검증한다고 하는데도 꼭 문제가 생기고야 마는 인사검증 시스템 둘 중 무엇이 더 큰지가 요즘으로서는 살짝 애매하다. 다만 전자가 바뀌면 향후 3년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고 후자도 같이 바뀌면 그 개선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3. 1이랑 2보다 더 문제인 것은 새정치연합 대표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때는 야당으로서는 가능한 한 여당에 꼬투리 잡힐 일 안 만들면서 마땅한 정책 없이도 여당 심판론+야당 차악론으로만 가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데,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조특위도 그렇고(일리 있는 지적과 정략적 반대가 구분이 잘 안 되는, 뭔가 모자라게 적극적인 스탠스!) 7.30 재보선 준비(전략공천...?)도 그렇고 유권자들로 하여금 '새누리당이 마음에 든다고는 못 하겠는데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보다 더 마음에 안 들어서 지지하기 싫다'고 느끼게끔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국회 의석 수에 비례하는 만큼의 국민 지지를 실제로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그 지지는 부동(浮動)했으면 했지 절대로 안정적이지 않다. 실리와 명분 둘 모두를 놓치고 있는 안철수, 안철수랑 같이 공동대표인데 존재감이 없는 건지 동상이몽을 조용히 실현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 김한길, 그리고 표류하는 새정치연합. 오호 통재라.

4.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화를 내는 건 그 분들이 그 분들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살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었는데 그 죽음을 소 닭 보듯 하는 국회의원들이 답답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 여당이든 야당이든 좀 진정성 있게 유가족 의견 적극 반영해서 국정조사랑 세월호 특별법 TFT를 가동해 줬으면 좋겠다. 세월호를 계기로 세게 나갈 부분에서는 좀 세게 나가야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들 수 있고 '적폐를 뿌리뽑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는 단순히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구조 과정의 문제와 거기에 얽힌 수많은 비리와 부패를 밝히고 단죄하는 것을 넘어서 포스트-세월호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지을 문제고, 그래서 다시 정체 상태인 김영란법, 그리고 그보다는 훨씬 덜 중요하긴 하지만 유병언법 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그리고 다른 거 다 떠나서 자기 가족들과 자녀들이 그 배에 있었어도 이렇게 할 건가? 아, 애초에 국회의원 가족들이나 자녀들이 탄 배는 세월호처럼 되지도 않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