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국면 타개를 위하여 장관 7인 개각과 조윤선 정무수석을 필두로 한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문창극 총리 내정자 카드의 파장이 워낙 큰 데다 새로 임명한 수석과 장관들도 '다른 의견도 듣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내 방식대로 굳히겠다'는 의사가 강하게 드러나는 친박 인사(조윤선 정무수석과 김명수 사회부총리는 그 정도가 특히 두드러진다)여서 별로 주목을 못 받고 있다. 오죽했으면 JTBC가 "수첩 인사가 바닥났는지... 돌려막기다"라고 표현했을까.
 
매끄럽기는커녕 최소한의 기대치도 충족시키지 못했던 세월호 사고 처리 과정 (및 그것보단 훨-씬 부차적인 문제지만 지지부진한 구원파 수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조짐은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불거진 일련의 인사 파동 - 사실 윤창중과 민경욱 대변인 기용 때부터도 이미 파동이었지만 - 을 기점으로 그 레임덕은 확실하게 시작됐다고 나는 단언하겠다. 이건 최상위 명령권자인 박 대통령 개인의 역량 문제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계속 심화되는 걸로 봐서는 실무를 사실상 지휘하는 김기춘 비서실장 이하 참모진의 능력 문제이자 가치관 문제인 측면이 더 큰 것 같다.
 
대통령 지지 여부를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아직 3년도 더 남은 '대한민국 정부'가 이제는 좀 조직과 지휘체계 면에서든 정책과 집행 면에서든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정부의 제1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은 탄탄한 기반 위에서 출발한 정부이기도 했고. 그런데 이 정부는 정권의 얼굴인 인사애서부터 삐걱거리고, 작년 말 철도노조 파업 때도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 때도, 현재진행중인 '가만히 있으라' 시위 때도, 이제 8년차인 밀양 송전탑 문제의 처음부터 며칠 전 행정대집행 때까지도 국가와 국민이 별개인 것처럼 여기고 군림하는 통치관을 자꾸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번 정부의 지난 1년여는 조용한 날보다 시끄러운 날이 더 많았다. 그래서 자꾸 실망하다 지쳐서 이젠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고 그냥 더도 덜도 말고 교과서에서 배운 정부의 역할만이라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위에서 밝힌 듯이 표면적 조직 면에서도 내면적 행정철학 면에서도 구조 자체가 조기 레임덕으로 빠져들고 있기에, 더 안타깝고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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