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논의 이전에,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그리고 희생자 유족분들과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생존자 여러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청와대를 가서 대통령을 보겠다는 유족(이제 사실상 생존 가능성이 없으니 안타깝지만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것 같다)들의 답답함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선장의 잘못을 고려하더라도 해경은 초동대처가 늦었고(몇 분 늦은 것이지만 이런 긴급상황에선 그 몇 분이 생사를 가른다), 법정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우왕좌왕했고, 법정기구가 잘 못 하니까 임시로라도 빨리 수습해보려고 설치한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대책본부는 지휘체계 최상층을 분산시켜 빠른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건 이미 끝난 상황이고, 현 시점만 고려했을 때 대통령이라 한들 더 체계적이고 최대한 빠른 선내 수색작업을 지시하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안타까움과 별개로 대통령 만나러 간다고 경찰과 대치하시는 유족들 입장에만 완전히 수긍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이미 대통령이 진도 방문했을 때 대통령이라고 뚜렷한 답을 뚝딱 내놓을 수 없다는 걸 아셨을 텐데도 청와대 가는 버스 타러 걸어가겠다고 했을까. 유족들의 요구사항은 이제 '우리 아들딸 빨리 살려달라'도 아니고 '시신이라도 퉁퉁 불기 전에 꺼내달라'는 것이었다. 이 분들이 청와대에 가겠다고 한 건 무슨 불법시위를 하러 가겠다는 게 아니라 부모로서 자식에게 마지막 도리를 다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경찰은 그런 분들을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막아섰다. 경찰이 진도를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진도대교를 몸으로 막았다.

물론 그렇다고 경찰이 유족들께 "네, 알겠습니다. 청와대로 자유롭게 가십시오."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만나고 싶다고 아무 때나 우르르 몰려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인 건 아니고, 그것보다도 앞서 말했듯이 지금은 대통령이라고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가 없으니 설령 만난다고 해 봤자 감정싸움만 일어나고 갈등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해야 할 일은 "현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모를 피해를 보시게 해서 정말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하면서 화난 유족들을 설득하는 것까지였어야 했다. 공권력으로서의 물리력은 다른 수단으로는 적법한 공권력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불법행위로 인해 공공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초래되어 그것을 바로 막아야 하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러니 그저 청와대로 가서 얘기를 듣겠다며 길을 나선 사람들을 물리력으로 막는 건 지나친 공권력 행사였다. 비상시 행정이 깔끔하지 못했던 탓에 피해를 본 그들을 오히려 범법자인 양 취급하는 일이었다.

더불어, 지근거리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유족들의 슬픔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도 상부의 명령에 따라 유족들을 막아야만 했을 일선 의경들에게도 정신적 상처를 안기는 처사였다. 보통 강제진압이 문제가 되는 시위의 경우, 의경들도 일부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불법 - 정확히는 그들이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 행위를 엄단하려는 의지를 보이곤 한다. 하지만 오늘 언론에 비친 진도에서는 모든 의경들이 그저 모여 서서 유족들을 밀어내려는 방어적인 태도만 취했을 뿐이었다. 언론이 유족들의 고성과 울부짖음에 초점을 맞추면서 은연중에 정부가 비이성적인 유족들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강제력을 행사한 것임을 보여주려는 듯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은 확연히 드러났다. 먼 서울에서도 유족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을진대, 현장에 있는 의경들은 명령에 의한 직분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보다 더 어린 아들딸들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을 더 많이 느끼며 혼란스러워했으리라. 

홍가혜 씨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늦어버렸지만 늦게나마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를 '아무 것도 안 하는 무능한 정부'라고 폄하했다면, 이번 일로 박근혜 정부는 유족들의 불신을 자초했으면서도 그 불신만 부각시켜 유족들을 '(뒤늦게나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 끝까지 비협조적인 무대뽀'로 폄하했다.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물리력 사용을 손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부가 그들을 무의식적으로 '억눌러야 할 반정부세력'으로 생각했다는 증거다. 그래서 홍가혜 씨에 대한 정부의 비판이 정당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물리력 투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정당화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을 처음부터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처음에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서 그로 인한 반발을 '지금은 잘 하고 있으니 부당하다'며 강제로 막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더 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 며칠간 확연히 드러났듯이 국민이 믿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비극이다. 이미 많이 못했고 너무 늦었지만, 이제는 정부가 사고수습과정에 대한 유언비어를 확산시키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만큼 애초에 사람들이 정부를 믿고 그런 유언비어를 믿을 가능성을 낮추도록 해야 할 일은 빨리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국민이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정부를 정부가 먼저 스스로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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