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여론이 아동청소년보호법(이하 아청법)을 바라보는 관점과는 다르게 아청법의 입법 취지는 정당하고 필요하다.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폭력--물리적인 성폭행뿐만 아니라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모든 언행을 포함하는--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현 시점에서 일부 성인들의 성폭력적 행동을 부추길 수 있는 요소를 일정 부분 규제하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청법에 대한 논의가 국가권력의 의도적 과잉개입이라는 의견을 비롯한 정부 비판 논리에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현행 아청법이 이대로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도대체 이 법의 저의가 무엇인가'부터 비판하면서 그 이후의 논의에는 귀를 닫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 걸음 물러서서 사회 실상을 바라봄으로써 아청법이 제정된 취지 자체의 정당함은 인정하되, 애매한 법조문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할 개연성이 농후해서 그 입법취지를 퇴색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 그 후 그 법조문을 어떻게 적용해야 현행 아청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남용 소지가 없도록 바꿔야 할지에 대한 건강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단 '아청법 OUT' 부터 외쳐야 할 것 같고 아청법을 옹호하면 수구세력이라고 손가락질받을 것만 같은 일방적 몰아가기는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논란은 아청법 문제의 본질이 법조문의 오류에 있다는 사실을 덮어버린 채 추상적, 소모적 논쟁을 촉발해 진정 필요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지금 가장 시급한 일, 곧 아청법의 개선 및 이를 통한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더 요원해진다. 아청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아청법 자체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문제 있는 조문의 개선 방향에 대한 토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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