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성기사진 게시' 박경신 교수 항소심서 무죄 (연합뉴스)

  대법원은 과거에는 음란한 표현 자체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음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특정 표현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려면 문학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가 전혀 없이 오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다고 볼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음란성의 요건을 보다 엄격히 해석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7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고 자유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기 위함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박경신 교수의 게시물에 대한 음란 여부를 판단하면서 그 게시물의 일부만을 따로 떼어 보아서는 안 되고, 게시물의 전체 맥락과 목적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의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그 게시물의 주된 목적은 방통위의 검열 규정이 지나치다는 것을 비판하기 위함이었고, 쟁점이 된 남성 성기 사진들 아래에 적힌 글이 그걸 분명히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 교수가 자신의 견해를 나타내는 글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기 사진 일곱 장을 올린 것은 박 교수 글의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음란물 게시'의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려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음란함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앞서 언급한 원칙과 더불어 사회의 일반적 통념과 인식을 반영하게 되어 있는데, 사진의 수나 크기를 줄이는 등 박 교수의 블로그 게시물보다 사진들을 덜 부각시키면서도 검열 규정 비판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잘 도드라지는 성기 사진 일곱 장의 사용은 과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 교수의 게시물에 대한 제 판단은, 의도한 목적에 비해 성적인 사진들을 지나치게 부각시켰으므로 처벌 가능한 수준 중 가장 정도가 낮은 음란성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소심의 무죄 판결에는 수긍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 교수의 원래 목적은 정당하며 이상의 논리에 의해 그의 게시물의 음란성 정도가 미약하다는 점을 충분히 참작하여 원심 판결보다 낮은 100만원 정도의 벌금형을 선고하되 그 선고를 유예하는 선고유예 판결이 적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고유예 판결은 형의 선고 후 2년 동안 다른 범죄로 인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어 범죄사실로 인한 기소 자체가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를 발합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선고유예 판결은 박 교수에게 최소한의 형사적 책임을 물어 음란한 -- 정확히 하자면 정당한 목적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을 만큼의 음란성을 띤 -- 화상을 배포한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되 그가 가진 표현의 자유 역시 최대한 보장하는 현실적 차선입니다.

  자연권이자 천부인권에 속하는 자유권, 그리고 그 세부 권리 중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것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서울고등법원의 오늘 판결의 취지에는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이 사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그 취지는 더욱 분명하게 남아 앞으로도 계속될 음란성 여부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선진적 잣대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오늘부터 7일 이내에 검찰 측이 상고해서 이 사건 재판이 대법원으로 넘어간다면, 대법원이 그 취지를 인정하고 재확인하면서도 현실적 판단을 함께 고려한 좀 더 나은 판단을 내려 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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