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

저자
천정배 지음
출판사
| 2007-01-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인권변호사 출신 정치가 천정배와 시민운동가 차병직의 진솔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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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은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면서 합의 하에 만든 생활 규범이다. 그래서 그 규범은 사람들의 생활을 질서 있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법이 오히려 힘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을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성문화된 규범의 형태로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법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법은 국민들의 생활 터전과 사실상 다른 세계에서 존재한다. 그 곳에서 법은 다수의 범인(凡人)보다는 소수의 강자 편에 조금 더 가까이 서 있으며, 후자를 위해 해석되고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현재의 법은 국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어려운 자구로 쓰인 조문과 비문이 남발하는 판결문을 이용해 국민들―법을 상대하며 겪는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는―의 법에 대한 접근마저 제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이뤄진 논의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천정배와 차병직은 그 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그 불편한 진실을 법조인으로서 자신들부터 스스로 받아들인다. 그 후 비법조인인 사회자 서해성의 비판적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법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생겨난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법 규정 자체와 그에 대한 관례화된 해석에 얽매이는 대신, 국민들의 법의식에 합치하는 법 집행과 적용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법조인이 이들의 제언을 따르려면 사회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력과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은 간(間)학문적·통합학문적(interdisciplinary)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그 지식과 법 규범과 현실 상황을 동시에 바라보며 셋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통찰력도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직한 윤리의식 역시 필수적이다.


  천정배가 말하는, 법조인의 바른 “독도법(讀圖法)”은 바로 이것들일 것이다. 이들을 갖출 때 법조인은 외곬에 불과한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지성인이 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그는 특정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해 행동할 수 있고, 그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세계를 이상향에 가깝게 변화시킬 수 있다. 넓고 탄탄한 학문적, 경험적 토대에 기반을 둔 그 희망찬 가능성은 차병직이 말하는 “마법”과도 같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천정배와 차병직의 바람처럼 독도법의 도움을 받아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법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훌륭한 법관으로서 보통 국민들을 위해 춤추어서, 그들이 발붙이고 있는 여기 이 세상을 로도스로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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