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사형제도 합헌 결정문 요지 보기

지난 25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4(합헌 5, 위헌 4)의 의견으로 사형제도가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이 결정은 헌법재판소에서 기존의 사형제 합헌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지난 번 결정(합헌 7: 위헌 2)과 달리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도 사형제도의 위헌성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민들 사이에서도 사형제 존폐 논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된 사형제의 올바른 해법은 사형제를 상징적으로나마 존치하되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사형 제도는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흉악범들에게 적용되어 그들에게 적당한 책임을 지우고 차후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원하지 않는 죽음의 공포를 수반하는 유일한 형벌인 사형제는 무기징역형 등의 다른 어떤 형벌보다 이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이는 현재의 헌법이나 법률은 물론 정의 실현을 원하는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정당한 목적이 있고 더 강력하거나 비슷한 만큼의 영향을 끼치는 처벌이 없으므로 사형제도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는 순간 사형수는 관습법상 인정되는 절대적 기본권인 천부 인권을 침해당하게 된다. 절대적 기본권인 천부 인권은 단순한 생명권보다 더 좁은 개념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의미하는데, 자신의 의지에 반해 교수되어 사실상 ‘살해’당함으로써 죽는 그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침해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형법의 규정에 의해 사형 선고 6개월 이내에 사형 집행이 이뤄질 경우 보호되어야 했을 한 사람의 자유권과 생명권까지 침해될 수 있다. 그 자에 대한 사형 판결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것을 전면 재조사나 재심을 통해 밝혀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는 데 6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 사이 죄 없는 한 생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 체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혀내고도 이미 소중한 권리를 침해받은 억울한 사형수를 완전히 구제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형제는 죄질이 극히 나쁜 범죄인들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하고 범죄 예방을 통한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국가가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차원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현재 형법은 물론 국가보안법과 각종 특례법에 규정된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의 범위(총 104개)는 상징성만을 보여주기에는 지나치게 넓다. 생명권은 상대적 기본권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제외한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 중요하고 다른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므로, 타인의 생명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다른 사람의 생명권과만 비교하여 합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의 범위를 살인이나 강도살인 등 타인의 생명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일부 범죄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가장 강력한 형벌이라는 사형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서, 사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단서 규정을 사면법에 신설해야 한다. 사면법상 특별사면은 형의 면제, 감형 및 복권을 포함한다. 사형을 선고받은 경우 특별사면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재심을 거치지 않고서는 형이 면제되거나 감형을 받을 수 없게 한다는 뜻이다. 사형을 선고받으면 가석방이 불가능하고, 재심은 법률상 매우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형 선고 시 특별사면이 불가함을 법률에 명시하면 정말 억울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형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절대적 종신형을 사실상 실시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형제의 본질은 합헌이지만 타인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죄에 대한 처벌로 사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한 규정은 위헌이다. 사형제 논란을 “위헌법률심판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의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의 뜻대로 대체 입법을 하는 형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형 대상 범죄를 반인륜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극악범죄의 경우로 한정”하고 “범위를 축소하고 문제되는 법률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충의견 또한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결국 합헌 의견을 냈다는 것은 아쉽다. 더욱이 “오판가능성은 사형 판결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라고 주장하며 사형 집행을 전제로 한 사형 선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무기징역까지의 형벌을 선고한 형사재판에서의 오판과는 달리 사형 판결을 내린 오판의 경우에만 형이 집행되었을 때 권리를 침해당한 당사자를 사후에 구제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애써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헌법재판소는 시대적 흐름과 국민들의 법의식에 따라 ‘형벌의 종류에 사형을 포함시킨 형법 제41조와 타인의 생명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형벌로 사형을 규정한 조항만 합헌이고 나머지는 모두 위헌’이라는 일부위헌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사형제 논란은 헌법재판소의 모호한 논리로 또다시 어설프게 봉합되었다. 이 봉합부분은 5년 내에 한 번 이상 다시 터질 것이다. 그 때에는 올바른 헌재 판결에 따르거나 국민의 뜻에 따른 국회의원들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사형제의 적용 범위가 대폭 축소된 형법 및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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