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개정안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안 보기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인터넷서점의 신간 적립금 폐지를 골자로 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폐지된 '경품류 제공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대신 간행물에 대한 경품류 제공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중대한 오류가 있다.

첫째, 인터넷서점에서 지급하는 신간 도서에 대한 적립금은 시행령이 규제하고자 하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 적립금은 한때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던 신문배급소들의 무가지 배포와 같은 무대가성 경품이 아니다. 적립금은 책을 많이 구입하는 독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정당한 경품이다. 또한, 적립금 제도는 인터넷서점에서만 시행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같은 목적을 갖고 그대로 또는 일부 변형해서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실제로 예전부터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도서 대금의 일정 비율을 적립금이나 포인트의 형태로 적립하여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현금 없이 책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고, 온라인서점이 활성화된 이후로 이 제도를 확대하거나 새로이 시행한 오프라인 서점은 더 늘어났다. 온라인서점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적립금 제도가 온라인서점에만 특혜를 주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신간도서 구입에 대한 적립금은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시행령 개정안의 취지처럼 ‘규제’힐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할 제도이다. 여러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매우 적다. 게다가 우리나라 도서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 소수의 메이저 출판사들이 전체 출판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의 과점 시장이기에 가격 설정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점점 더 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나라 출판 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이는 쉽지도 않거니와 금방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소비자들은 물론 다수의 소규모 출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립금 제도와 같은―근본적이지는 않지만 효과가 있음은 분명한―대안이 필요하다. 양질의 도서를 출판하는 소규모 출판사들이 메이저 출판사들과 그나마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여 소비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더 우수한 품질의 도서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서점이 활성화되어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적립금 제도를 확대하자 문학, 비문학, 교양서, 학술서를 통틀어 1년간 국내 도서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다. 적립금 제도는 이처럼 소비자와 출판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을 보장하는 긍정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모두를 위한 적립금 제도를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옳지도 않은 명분으로, 그것도 온라인서점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개정안이 2008년 2월 시행된 신간도서정가제의 후속 대책이라면 (시행령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온/오프라인 서점 모두에서 적립금 제도를 폐지하거나,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했어야 한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이 전체적으로 더 활성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정부 당국에서 소비자 측면과 판매자 측면 모두에 산재한 문제를 진정 해결하려 한다면, 온라인서점에서의 적립금 폐지는 재고해야 한다.


+덧
그러나 인터파크와 같은 온라인서점이 주도적으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서명을 주도하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적립금 제도가 폐지되면 판매량이 줄어들어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상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서점 사이트 내에서 직접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국무총리실이나 문화체육관광부에 의견을 남기라는 안내와 함께 해당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만을 제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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