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교육감 직접선거, 명분의 그늘에 가린 허상

Super:H 2008. 7. 11. 16:57

올해부터 간선제로 실시해 오던 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리고 첫 교육감 직접 선거가 서울에서 7월 30일에 실시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최근에서야 부랴부랴 시작된 대대적인 공식 홍보와 누리꾼들을 통해 알게 되었더라도
선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교육감 직접선거는,
"지역 교육을 주민들이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주민들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여 교육 발전을 도모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번 선거는 첫 교육감 직접 선거인 만큼 문제점이 발견되고
그것들을 개선해 더 효과적인 선거를 위한 일종의 '시험대'로서의 역할이 가장 큽니다.
그러나 단지 아직 제도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쉬이 덮을 수 없는 문제들이 만연한 현재 상황에서
과연 교육감 직접선거가 원래의 취지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먼저, 교육감 선거에 대한 홍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아무리 국민의 자발적 참여 의식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해도, 국가의 노력이 미흡합니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낮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선거 한 달 전에 선거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교육감 선거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선관위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부재자 투표와 거소 투표까지 확대 도입해서 실시하고 있지만,
그 간편한 제도에 대한 홍보는 더욱더 부족합니다.
참여를 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서, 뭐가 있는지 알아야 생각이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또, 미디어와 국민들의 인식도 잘못되어 있습니다.
벌써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끝났고 12명의 예비 후보가 이미 등록을 했는데
그 12명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하나도 없으니
선거 사실을 알아도 누굴 뽑아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모두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하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무관심한 국민들을 바꿔 보려고 앞장서서 선거 관련 정보를 알리려는 미디어도 없습니다.
촛불 집회나 황우석 교수 파동 등 주요 시사 쟁점에 대해서는 그렇게 날카롭던 국민들은,
소위 '독립 언론'들은 신기하게도 교육감 선거 정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대선, 총선 때에는 예비 후보자 등록이 끝나기도 전부터 매스컴을 통해 다 알려주더니
똑같은 선거인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매스컴을 통한 이렇다할 홍보가 없는 것.
'마이너 선거'라서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 교육감 선거를
선거에 참여하는 당사자인 국민과 '국민의 길잡이'여야 할 미디어마저 외면하는 슬픈 현실입니다.

그리고, 후보들의 선의의 경쟁은커녕 모든 후보들에 대한 공정성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를 그나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교육계에서는
등록한 후보의 수에 관계 없이 '그래도 알려진 두 후보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입니다.
교육감이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올 다른 모든 후보들은 뭘 해도 가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명 '스타 후보'가 아니면 조금의 관심도 갖지 않는 국민들의 잘못도 있지만,
다른 후보들을 동등한 위치의 도전자가 아닌 한 단계 아래의 하급자로 보는 그 '스타 후보'들의 잘못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거의 어쩔 수 없는 폐해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지역에서 교육이라는 범위에 한정되어 치러지는 작은(하지만 중요한) 선거까지도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너무도 극명하게 갈리고 그래서 승리에 목숨을 걸고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그래도 막강한 후보 앞에서는 비전 있고 정말 준비된 약한 후보는 아무리 노력해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인 이분법 논리로 물들어 버린 것입니다.
12명 중 2명만 관심 받는 선거, 기존의 간선제와 뭐가 다를까요?


허울 좋은 '교육감 직선제'에 숨겨진 많은 문제점들은
그 제도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만큼이나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앞장서서 지적하면 금방 개선될 수도 있는 문제들이
점점 곪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은 바로 그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가 가득한 이번 교육감 선거는
교육계와 뜻있는 이들의 걱정처럼 제대로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다음 선거를 위해 더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가 있다면,
다음 교육감 직접 선거는 진정한 '교육 자치' 실현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습니다.
어서 더 넓은 자치라는 듣기 좋은 명분에 가린 교육감 직접 선거의 허상을 발견하고
거기에 관심을 가져 자기 자신을 위한, 모두를 위한 진정한 자치를 실현합시다.